28일 오전 11시, 베이징에서 고속철도를 타고 하얼빈으로 출발! 기차 타기 한 시간 전에 도착해서 잠깐 쉬었는데, 중국 고속철도는 입장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아서 굳이 너무 일찍 갈 필요는 없었다.
마침 춘절 전날이라 그런지 역 안에는 사람이 바글바글. 그래도 외국인은 여권 보여주고 들어가는 전용 입구가 있어서 길게 줄을 안 서도 돼서 다행이었다.

기차를 타고 가는데, 중간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도착 시간이 점점 밀리더니 결국 1시간이나 늦어졌다. 그래도 창밖으로 펼쳐진 설경이 너무 예뻐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하얼빈 도착! 첫인상은 ‘눈의 도시’
오후 5시쯤 드디어 하얼빈 도착! 역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도시 전체가 새하얗게 덮여 있어서 진짜 겨울왕국 같았다. 잠깐 멈춰 서서 풍경을 감상하다가, 미리 봐둔 지도대로 걸어서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숙소까지는 도보 10분 거리라 그냥 걸어가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캐리어 끌고 가기엔 도로가 엉망이었고, 바닥도 얼어 있어서 조심조심 걷느라 속도가 엄청 느려졌다. 거기에 베이징 날씨 기준으로 옷을 입고 와서 그런지 체감 온도가 어마어마했다. 손이 얼어붙을 것 같아서 주머니에 넣고 걸었는데, 이때부터 슬슬 후회가 밀려왔다.
중앙대가, 춘절 분위기 제대로🔥
가는 길에 하얼빈의 랜드마크 중앙대가(中央大街) 를 지나면서 잠깐 둘러봤다. 춘절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어마어마했다. (춘절은 한국의 설날 같은 명절이다.) 사람들도 엄청 많았고, 거리 곳곳에 설치된 얼음 조각들과 화려한 조명이 도시를 반짝반짝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추운 거리에도 사람들이 북적이는 걸 보니 벌써부터 여행 분위기가 살아났다. 혼자 여행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나도 들뜬 기분이 들었다.
조금 더 걸어서 지도에 표시된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는데… 문제는 몇 층인지 안 나와 있어서 건물 앞에서 한참 헤맸다. 전화를 해봤지만 바빠서인지 받질 않더라. 그냥 눈치껏 주변을 둘러보다가 사람들이 가는 방향을 따라가 보니 다행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안에 들어가서 여권을 건네고 체크인을 기다렸다. 그런데 직원이 내가 중국어로 예약했는데 여권 이름이 영어라서 헷갈려했다. 중국어로 이름을 미리 말하지 않은 내 실수였지. 결국 방 키를 받고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 한국 여권을 봐서 그런지 처음엔 영어로 설명하려 하더라. 그냥 중국어로 해달라고 했다.

게스트하우스 첫인상 & 시설 체크
숙소는 8인 1실이었고, 다행히 각 방마다 전용 화장실이 하나씩 있었다. 세탁기랑 건조기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고, 로비에도 공용 화장실이 따로 있어서 편할 것 같았다. 락커도 있어서 짐을 보관하는 데는 문제없었다.
그런데 침구는 직접 커버를 씌워야 해서 좀 귀찮았다ㅋㅋ. 침대 정리하고 짐을 풀고 나서 로비로 나왔는데, 마침 사장님이 다가와서 새해맞이 이벤트를 한다고 초대해 주셨다. 마침 저녁 8시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그동안 밖에 나가서 구경하기로 했다.
하얼빈 첫 끼, 유명한 红肠 먹어보다
숙소를 나와서 다시 중앙대가로 향했다. 이대로 걸으면 동상 될 것 같은 추위였지만, 춘절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그냥 걷기로 했다. 무엇보다 배가 고팠다.
일단 먹을 것부터 찾다가, 하얼빈에서 유명한 红肠(홍창)을 발견! 러시아식 소시지인데,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딱 내 스타일이었다. 너무 급하게 먹느라 사진도 못 찍었다 ㅋㅋㅋ 나중에 따로 찍어야 할 듯…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내가 15위안 주고 샀는데, 몇 미터 떨어진 가게에서는 10위안에 팔고 있더라. 역시 음식은 좀 둘러보고 사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배를 좀 채우고 다시 거리를 걷는데, 발이 너무 시려워서 노점 하나로 피신했다. 그런데 거기서 火鸡烤冷面을 팔고 있더라고? 중국의 烤冷面(카오렁미엔)에 한국 불닭볶음면을 넣은 버전이었는데, 한국인으로서 이걸 그냥 지나칠 수 없지. 바로 도전했다.

생각보다 맛이 괜찮아서 신나게 먹었는데, 문제는 날씨도 춥고 음식도 매워서 정신이 없었다는 거. 눈밭에서 불닭볶음면을 먹는 기분이 이런 걸까? 거의 다 먹고 나니 속이 갑자기 이상해졌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큰일 날 것 같아서 다시 거리로 나가 속을 달랠 겸 열심히 걸었다. 그러다 방한용품점을 발견하고 홀린 듯이 들어갔다.
하얼빈 한겨울, 아이스크림이 끌리는 이유는? 🍦
가게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확실히 추운 지역이라 그런지 방한용품들이 다 따뜻하고 좋아 보였다. 결국 마음에 드는 장갑 하나를 사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거리를 걷다가 엄청 긴 줄이 늘어선 아이스크림 가게를 발견했다. 원래 속이 안 좋았는데도, 아이스크림이 생각나자마자 "이거다!" 싶었다. 아이스크림으로 속을 식혀야겠다는 이상한 논리를 만들어내고 바로 줄에 섰다.
줄을 서면서 보니까 아이스크림 크기가 엄청났다. 속으로 ‘아차’ 싶었지만, 이왕 기다리는 김에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점점 발이 시려워서 중간에 포기할까 고민도 했는데, 운동하는 셈 치고 버티기로 했다. 결국 내 차례가 됐고, 초코맛을 먹고 싶었지만, 초코는 대기 시간이 길다고 해서 딸기맛을 골랐다.
주문하고 1분도 안 돼서 아이스크림이 나왔는데, 진짜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빵틀 안에 아이스크림을 가득 채워주는데, 일반적으로 파는 파는 거랑은 차원이 달랐다. 가격은 55위안이라 처음엔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크기를 보고 나니 납득이 됐다. 둘이 먹어도 배부를 정도였다.

영하 20도에서 아이스크림 먹기 챌린지 ❄️🍦
손이 얼어붙을 것 같았지만, 인증샷을 찍고 한입 떠먹었는데… 와, 이게 영하 20도에서도 부드럽게 떠진다고? 그리고 맛이 미쳤다. 위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빵까지 한 입 베어 물었는데, 부드럽고 달달해서 조합이 완벽했다. 이건 진짜 둘이 먹으면 극락.
그렇게 신나게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아, 이러다 얼어 죽겠다’ 싶어서 허겁지겁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갔다. 도착하니까 8시 30분쯤. 사장이 말했던 새해맞이 이벤트 시간이 이미 지나서 ‘망했다…’ 싶었는데, 다행히 아직 준비 중이었다.
로비를 둘러보니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만두를 빚고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테이블 가득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방해될까 봐 조용히 소파에 앉아서 남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하지만 4분의 1 정도 남기고는 도저히 더 안 들어가서 결국 버렸다.
새해맞이 파티, 그리고 새로운 만남 🎊
속이 너무 더부룩해서 좀 쉬고 있는데, 갑자기 사장님이 방에 노크하더니 “이제 파티 시작한다”고 알려주셨다. 카페 겸 로비로 나가 보니 분위기가 완전 떠들썩했다. 중앙 테이블에는 다양한 중국 요리와 안주들, 그리고 하얼빈의 특산품인 冻梨(얼린 배) 도 있었다.

사장님이 “오늘 음식과 맥주는 무료니까 마음껏 즐기라”고 했는데… 문제는 내가 이미 배가 터질 것 같았다는 거. 맛있는 음식이 많았지만, 그냥 분위기만 즐기기로 했다. 그런데 사장님이 내가 잘 안 먹는 걸 보더니 “미안해하지 말고 많이 먹어~” 하시더라. 그래서 천천히 몇 가지만 맛보면서 즐겼다.

"한국인이죠?" 예상치 못한 인연 🇰🇷🇨🇳
슬슬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사장님이 다가오더니 “한국인이죠?” 하고 물었다. 그러더니 다른 한국인이 있다며 나를 소개해 줬다. 그분은 대학생이었고,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막 마친 참이었다.

맥주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주변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처음엔 한국어로만 대화했는데, 중국어도 같이 쓰다 보니 점점 편해졌다. 그러다 서로 여행 계획을 공유하게 됐는데, 그분이 “내일 같이 다닐까요?” 하고 물었다.
하지만 나는 빙설대세계(얼음왕국 축제) 를 갈 계획이었고, 일정이 달라서 조금 고민됐다.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한 중국인 여자분이 “저기 다른 그룹도 빙설대세계 간다는데, 같이 가보는 건 어때요?” 라고 제안했다.
그 그룹도 방금 친해진 사람들이었는데, 대만에서 온 남성분과 광둥에서 온 여성분 이렇게 둘이었다. 분위기도 좋았고, 같이 다니면 더 재밌을 것 같아서 바로 OK 했다. 그러면서 “아침시장에서 먼저 만나서 식사하고 가자” 는 계획까지 잡았다. 덕분에 내일 아침 7시에 일어나야 했다.
파티 뒷정리까지 완벽하게! 🧹
오랜만에 사람들과 떠들고 웃다 보니 피곤해져서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한밤중에 다시 나와보니 사장님과 몇몇 사람들이 파티 정리를 하고 있었다. 얻어먹은 입장에서 그냥 들어가기 미안해서 자연스럽게 도와드렸다.
그렇게 개운하게 마무리하고, 기분 좋게 숙소로 돌아가 곤히 잠들었다.
이렇게 하얼빈에서의 첫날이 끝났다. 내일은 빙설대세계에서 더 짜릿한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 🚀❄️